한국의 공공외교와 아프리카

   21세기는 경제 냉전과 함께 문화 냉전의 시대이다. 10여 전 소프트 파워가 국제관계에서 점차 중요시되기 시작하면서, 국가 외교정책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비록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 늦기는 했지만, 한국 정부는 2010년을 ‘공공외교 원년’으로 선포하였다. 또한 2016년 2월 ‘공공외교법’을 제정하고 8월 4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으며 공공외교 대사를 정식으로 임명하였다. 이로써 한국 정부는 정무외교, 경제외교, 공공외교의 3대 축을 형성하게 되었다.

   모든 국가는 외교적 목적 달성을 위해 설득·회유·협박 등의 다양한 외교 수단을 동원한다. 즉, 정치적·군사적·경제적·문화적 수단들이 동원된다. 20세기까지 대부분 외교는 정치적·군사적·경제적 수단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21세기 국제관계의 외교정책에서 소프트 파워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문화를 통한 공공외교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나이(Nye)는 이러한 요소들이 더 많은 효율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차용성(co-optive)이 있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즉 상대가 선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구체화해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다. 타국이 자국에 호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자국 또한 타국 문화에 대한 호감을 느껴야만 자국의 매력을 발산시킬 수 있다. 특히 아프리카에 대한 지식이 고루하고 편협한 국내 환경 하에서, 다양하고 이질적인 문화를 가진 아프리카에 대한 한국의 문화외교(즉 공공외교)는 한국의 일방적 가치가 아닌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설정될 필요가 있다.

   문화를 중시하는 아프리카인에게 문화를 통한 공공외교는 다른 지역에 비해서 한편으로는 민감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상호 공감대를 가질 수 있는 중요하고 효율적인 매체다. 최근 들어 인터넷과 SNS 사용이 급증하는 아프리카에서 문화라는 소프트 파워를 이용한 공공외교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리카에서 인터넷 사용 인구는 2012년 1억 6천 7백만 명에서 2016년 현재 3억 4천 9백만 명으로 증가하였다. 2018년에는 6억 5천만 명의 아프리카인이 인터넷을 사용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인구는 인터넷 사용 인구와 거의 유사한 1억 2천 6백만 명에 이르고 있다. 또한 좀 더 자유롭게 문화생활을 향유하는 아프리카 중산층이 증가하고 있고, 아프리카 도시 인구가 2040년에는 전체 인구의 60%에 달한다는 점에서, 문화를 통한 공공외교의 장이 지금보다 훨씬 넓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의 대아프리카 외교의 방향은 이전 정부와 다름없이 국제개발협력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안타깝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이전 정권처럼 ODA를 한국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과 연계시키고 있어,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물론 한국의 국제개발협력은 한국의 대아프리카 외교의 대명사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대아프리카 선진 외교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54개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무리지만, 지역별 혹은 언어권 중심의 공공외교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