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산업화가 가장 많이 진전된 국가인 남아공이 8년째 경기불황을 겪고 있다. 불황이 시작되기 직전인 2007년, 필자는 보츠와나에서 육로로 남아공을 방문했다. 요하네스버그로 가는 길에서 만난 여행자들은 좀 더 선진화된 사회로 가는 특권을 누린 사람들 같았다. 요하네스버그에 도착해서도, 심한 빈부 격차와 높은 범죄율로 인해 긴장감을 느꼈지만, 여기저기 나붙은 광고판과 높이 솟은 건물들은 남아공의 경제적 자부심을 말해주는 듯했다. 표면적으로 뿐만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도 해외 출장 등 해외 교류가 많았고, 비교적 여러 인종이 모여 사는 모습은 인종 간 갈등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함께 경제 발전을 이뤄냈음을 보여줬다. 이러한 남아공의 독보적 경제력은 아프리카의 타 국가들에게 실질적인 영향력뿐만 아니라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이러한 위상에도 불구하고 남아공을 아프리카의 다른 국가들과 별다를 바 없게 만드는 것은 정부 관료들의 부정부패이다. 남아공의 경기 침체는 높은 실업률과 무역량 감소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 요인 중 하나가 부정부패이다. 경제 발전과 부정부패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자원의 비효율적 사용과 분배가 사회적 손실을 가져온다고 말한다. 경제 활동 중 불필요하게 빠져나가는 비용 때문에 투자나 확장이 불가능해지고 복지도 최소화된다. 기업 내에서 기술과 인력을 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할 뿐 아니라 정부 고위직에 오르는 일도 뇌물 수수 여부에 의해 결정된다. 경제 성장과 비리/부패의 직접적 연관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제이콥 주마 정부가 비리와 스캔들에 연류되어 있는 가운데 이번 경기 침체는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다. 주마의 임기가 끝나는 2019년에 치뤄질 선거가 논의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정치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