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 맥락 속에서의 조혼 관습: 에티오피아의 사례

   일반적으로 조혼은 결혼 당사자 중 한쪽 혹은 모두가 18세 미만인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결혼을 가리킨다. 이러한 조혼 연령 규정은 1989년에 제정된 유엔아동권리협약(UNCRC)이 제공하는 아동에 대한 정의에 근거한다. 현대 사회에서 조혼은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조혼은 양성 불평등, 빈곤 및 사회 규범 때문에 조장되며, 사회적 힘(social power)의 불균형을 재생산한다. 이러한 불균형은 여성의 경제적 취약성 증대, 여성의 낮은 교육적 성취, 가정과 노동 시장에서의 양성 불평등, 여성에 대한 물리적·성적 폭력 등을 포함한다.

   개발도상국의 수많은 소녀는 조혼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 유엔인구기금(UNFPA)의 자료에 따르면 18세 전에 결혼한 20-24세 여성의 숫자가 2010년 현재 6,700만 명이 넘었다. 또한 이 자료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향후 10년 내에 해마다 1,400만 명이 넘는 소녀가 18세 전에 결혼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혼 관습이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대륙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이다. 에티오피아는 20-24세 여성 중 조혼 비율이 2011년 현재 30%가 넘는 41개국 중 하나이다(41%로 네팔과 함께 18번째로 높음).

   에티오피아 사회에서 조혼은 오랫동안 전통이나 관습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급변하는 내·외부 환경으로 인해, 이제 조혼은 ‘해로운 전통적 관습’(harmful traditional practice)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되었다. 이것은 조혼이라는 관습이 21세기 현대 사회에서 적합성을 상실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타파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에티오피아 정부와 각종 비정부 기구(NGO)는 조혼을 예방하고 그 피해자를 돌보고, 궁극적으론 이 관습을 철폐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은 조혼이라는 관습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조혼이 장기간에 걸쳐 사람들의 삶 속에서 체화되고 실천되어 왔기 때문이다. 즉, 조혼은 그들의 사회·문화적 산물이자 경제적 존재 조건의 반영물이기도 하다. 조혼 현상은 전통적 규범과 가치가 여전히 지배적인 농촌 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에티오피아 사회에서는 조혼을 타파하기 위한 노력이 걸음마 단계에 있다. 조혼 관습을 없애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여성의 열등한 사회·경제적 지위를 개선해야 한다. 그래서 여성의 개인적 권리 및 재생산 권리, 빈곤 및 경제적 불안정과 싸울 수 있는 능력, 가족과 공동체 내에서의 영향력과 의사 결정권 등을 강화하고, 여성이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이라는 가치관을 확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조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동체 차원의 다양한 실천적 전략이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