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김광수
지난 9월 20일 스와질란드에서 선거가 치러졌다. 정부는 ‘새로운 정부를 선택하라’라고 선전하며 새로운 변화를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음스와티 왕의 형식적인 보여주기일 뿐,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새로운 변화는 커녕 선택조차 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마지막 군주국가인 스와질란드의 이번 선거는 결코 민주적이지 않았으며 결과를 신뢰할 수 없었다. 2013년 9월 19일자 신문 Allafrica에서는 10가지 근거를 들어 비민주적인 절차를 비판하였다.
첫째는 정당의 선거 참여가 금지되어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고, 현 정치에 대한 개선 방안이 생길 수 없었다. 둘째, 선거로 선출되는 인원은 상원 10명, 하원 55명뿐이다. 나머지 상원 20명과 하원 10명은 왕에 의해 임명된다. 왕에 의해 취사선택되리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셋째, 수상과 장관들이 왕에 의해 임명된다. 넷째, 수상은 성이 왕과 같은 들라미니(Dlamini)인 자만 임명된다.
다섯째, 의회가 왕에게 무력하다. 왕은 그의 입맛에 따라 결정을 번복할 수 있으며, 이를 막을 수 있는 힘이 의회에게 없다. 여섯째, 예비 선거를 위한 추천이 추장들에 의해 걸러진다. 족장들은 왕의 대리인과 같다. 일곱째, 선거관련 공무원들이 불법적으로 추천을 막고 있다. 여덟째, 예비선거 후보자들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당선 후 공약들을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선택’이라는 말이 유명무실하다. 아홉째, 지난 20일에 행해진 2차 선거도 예비선거와 같은 방식으로 치러졌다.
열 번째, 음식, 술, 돈 등으로 표를 매수하고, 투표시간을 제멋대로 조정하며, 시민들이 투표소에 들어가는 것을 막는다. 위 문제들은 사실상 직․간접적으로 음스와티 3세와 관련되어 있다. 왕의 임명으로 의회가 구성한다는 점은 직접적이며, 그에 따라 선거법과 같은 기반이 왕의 입맛에 맞도록 구성되어 있는 점이 간접적이라 할 것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이번 선거는 여러 단체에서 비판을 받았다. 스와질란드의 운동가 쿠네네(Kenneth Kunene)는 공산당의 일원이다. 공산당은 현재 스와질란드에서 금지되어 있다. 쿠네네는 투표 보이콧 즉, 투표불참운동을 하고 있다. 쿠네네는 “우리는 선거와 투표절차를 거짓 절차로 본다… 그리고 SADC와 그 참여국들을 포함한 세계 기관들이 스와질란드의 선거를 인정하지 않을 것을 요청한다. 전혀 민주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당들은 선거에 참여할 수 없으며, 정치적인 반대는 처벌받고, 운동가들이 매일같이 체포되고 있다.”고 말한다.
음스와티 3세는 1986년 이래로 권력을 독점해 왔으며, 모든 결정권을 쥐고 있다. 정치에서뿐 아니라 경제에서도 음스와티의 영향은 절대적이다. 음스와티는 스와질란드 경제의 60퍼센트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사치스런 생활을 하고 있으며, 그 금액은 2억 달러에 달한다. 그 덕분에 국민들은 가난에 허덕이고 있다. 시민들의 생활의 어려움은 말 그대로 표를 ‘사고 판다’는 정치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선거는 국민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다. 선거가 이루어지지만 어느 누구도, 어느 단체도 스와질란드에서 정치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선거마저 제대로 실시되지 않고 있으니, 국민을 위한 정치가 이루어질리 만무하다. 입헌군주제를 표방하고 독재군주로서 살아가고 있는 음스와티의 횡포를 막고, 법 아래로 끌어내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안팎으로의 노력이 요구될 것이다. 현재 밖으로는 남아공이 경제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스와질란드가 남아공에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으로 볼 때 분명히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안으로는 민주화를 위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국민 스스로 권리를 알고 요구해야 할 것이다. 아프리카 마지막 군주국가가 민주국가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출처: http://allafrica.com/stories/201309210039.html
http://allafrica.com/stories/201309201719.html?aa_source=slideout
http://allafrica.com/stories/201309230955.html
http://allafrica.com/stories/20130919134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