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알제리를 국빈방문하면서 약속한 알제리 내 르노자동차 건립이 현실화되었다. 지난 11월 11일 알제리 서부 오랑(Oran)시에 르노 자동차 공장 건립식이 거행되면서 알제리 국민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정부 차원에서도 분주히 움직이는 모양새다. 프랑스에서는 로랑 파비우스 외교부 장관, 알제리에서는 셀랄 총리를 비롯한 정부 부처 장관들이 대거 참석했다. 알제리 측에서는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었던 내용이 가시화된 점을 높이 평가했고, 프랑스는 알제리 내 자동차 시장을 한국과 일본에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대반전을 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알제리는 자동차 관련 아프리카 내에서 가장 큰 수입국가이다. 4천만 명에 육박하는 인구, 세계 10번째의 국토 면적, 25세 이하의 젊은 인구, GDP가 아프리카에서 4번째로 높은 국가라는 점이 이 지역 진출을 원하는 국가들의 관심을 끈다. 저렴한 휘발유가, 자동차 구매 과정 등이 수월한 것은 자동차 보유 수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단지 제조업 자체가 취약하기에 대부분의 자동차 생산 국가가 알제리에서 조립 생산한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2년 전 프랑스와의 협상 이후 급속도로 진행되어 이번에 가시화되어 알제리에서도 제조업의 약진을 기대하는 눈치이다.
르노 입장에서는 이미 모로코에서 자동차 생산을 하고 있었고, 이번 알제리에서의 생산을 통해 아프리카 시장 공략에 한층 가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부 차원에서도 프랑스는 대 마그레브정책을 더욱 견고히 하여 과거의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다. 이번 오랑의 르노 공장은 연간 25,000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첫 모델은 Symbol이고, 알제리에서 생산되는 자동차로 처음 GPS를 갖췄다. 향후 2016년부터 75,000대까지 늘리겠다는 야심이며, 투자비용 또한 현재 5,000만 유로에서 생산량 추이에 따라 4억 유로로 증가시킬 예정이다.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15만대 생산과 더불어 8억 유로의 비용을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2015년 알제리 자동차 생산량의 25%, 5년 후에는 42%를 목표로 하여 알제리 내 한국과 일본, 최근에는 중국까지 가세한 아시아 자동차 국가들의 공격적 마케팅을 따돌리겠다는 심산이다.
제조업이 취약한 알제리에서 이번 자동차 생산 라인 가동은 자동차 및 기계 관련 하청업체 활성화를 기대하기도 한다. 알제리 하청 및 협력사무소(BASTP) Aziouez Laib소장은 오랑의 르노 공장이 자동차 생산을 개시하면서 알제리 내 기계 관련 하청업체 113개 사가 부품 조달에 가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더불어 르노사는 이들 하청기업에 특별한 기술교육을 전수하겠다고 한다. 알제리 내 제조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되지만, 한국 등 아시아 자동차 업체들의 영향력이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 그동안 단순 판매만 해온 우리의 입장에서는 향후 이 지역의 자동차 시장 경쟁에서 뒤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