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이한규
2000년대 들어서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은 주요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관계 확산을 통해서 투자유입과 무역시장의 다원화를 모색하였다. 특히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국가들 중에서 아프리카가 가장 선호하는 국가가 되었다. 아프리카 시장에 들어선 지 겨우 10여 년밖에 되지 않는 중국의 아프리카 시장의 점유율은 기득권을 가지고 있던 유럽을 제치고 놀랄만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석유와 같은 주요 자원의 보유와 상관없이 중국과 경제협력을 가지지 않은 아프리카 국가가 거의 없을 정도로 ‘오성홍기’는 아프리카 곳곳에서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에 대해서 한편으로는 환영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붉은식민주의(Red-colonialism)‘ 혹은 포스트 식민주의의 위험을 경계하기도 한다. 2000년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대규모 중-아포럼(Focac: Forum Chine-Afrique)은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민주화를 담보로 경제원조 정책을 실시하는 서구국가들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되었다. 이후 아프리카 국가들은 중국으로 엄청난 경제원조와 외채탕감의 혜택을 받았으며, 아프리카 국가들이 경제발전을 위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인프라(도로와 철도, 항만, 교육시설, 공공건물 등)에 대한 투자도 쉽게 얻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10년이 지난 지금의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에 대하여 많은 아프리카인들의 시각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하다.
가장 큰 이유는 실질적인 기술 이전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비교적 품질의 좋은 유럽 상품에 -비록 가격이 중국 상품에 대해 상대적으로 비싼지만- 익숙한 아프리카인들은 저품질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불신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아프리카 간의 무역불균형을 들고 있다. 특히 중국이 아프리카로부터 수입하는 80%가 석유인데, 이는 아프리카 전체의 불균형적인 발전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주 석유수입 지역인 서아프리카를 제외하고는 무역수지가 전반적으로 불균형이다. 자본주의 세계 경제체제에서 한 국가가 필요로 하는 부분에 집중 투자하여 최대한의 이익을 창출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중국이 아프리카에 투자하고 있는 각종 사업이 아프리카 국내경제, 특히 서민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지 못하고 있어 아프리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중국은 현지에서 아프리카 기술자와 노동자를 채용하기보다는 자국민들을 불러들여 건설 사업에 참여시키고 있어 지역발전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
경제위기로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아프리카 지도자들에게 중국은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이 사실이라는 점에서 중국만을 탓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프리카가 보유한 다양한 자원들은 고갈되지 않고 무궁무진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중국의 이러한 경제력에 대한 환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중장기적인 경제발전 계획이 절실하다. 현재 아프리카인들은 ‘니하우마’라고 인사하고 있지만, 내일은 ‘나마스떼(namaste),’ 모레는 ‘봉 지아(Bom dia)’라고 인사하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중국이 향후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세계 경제 불황으로부터 아프리카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진정한 파트너인가를 장고(長考)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