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프리카 공동체와 단일통화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김광수


   지역주의는 국제관계의 보편적인 현상이며, 양자 간 혹은 다자간 무역협정이 전 세계적으로 체결되고 있으며 아프리카도 예외는 아니다. 1990년대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동아프리카 지역의 광물과 천연가스 등 주요자원을 효율적으로 개발하기 위해서 지역 국가가 공동대응에 나서고자 동아프리카 공동체(East African Community EAC)가 채결되었다.

   EAC는 동아프리카 국가의 경제 협력을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로 경제적 목적을 띠고 있다. 원래는 탄자니아, 우간다, 케냐 3국 체제였으나 1977년에 케냐의 독주에 탄자니아와 우간다가 반발하면서 한 차례 와해된 적이 있었다. 2000년에 재건된 EAC의 현재 회원국은 부룬디, 케냐, 르완다, 탄자니아, 우간다 등 총 5개국으로, 중재재판소와 동아프리카 입법회의와 사법재판소를 산하기구로 두고 있으며, 관세동맹을 체결하여 공동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EAC는 동아프리카 공동체 설립과정을 (1) 관세동맹-(2) 단일시장-(3) 화폐통합-(4) 정치통합 이라는 4단계로 나누어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2010년 7월 발효된 ‘동아프리카 공동체 단일시장 협약(EAC Common Market Protocol)’으로 2단계까지 진행된 것으로 보는 것이 공식적인 견해이다.

   경제공동체에서 통화동맹으로의 전환은 동아프리카 공동체 설립에 아주 중요한 변화로 평가할 수 있다. 경제공동체는 해당지역 내에서 자유롭게 무역하고 이동하고 재산을 소유할 수 있었던 개념인데 반해, 통화동맹은 생산 분야에서 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 국가채무, 외국통화정책 등 중대한 정책들을 합의하기 위한 기초적 단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1년 11월 30일(수)에 부룬디의 부줌부라(Bujumbura)에서 막을 내린 동아프리카 공동체의 각국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바를 보면, 3단계 화폐통합에 해당하는 동아프리카 공동체 단일통화의 길은 아직도 멀어 보인다. 5개의 EAC 회원국들이 통화동맹에 관해 상당히 결정적이고 중대한 사항이라 할 수 있는 각국의 경제정책과 경제기관에 대한 합의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통화동맹의 최종기한은 원래 2012년으로 예정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전문가들은 동아프리카 통합에 대한 걱정을 표출하였다. 안정적인 통화연맹이 구축되기 위해서는 동아프리카 국가들의 단결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거시 경제적, 지역 간, 국가 간 정책수렴이 없는 통화동맹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경제공동체는 물론이거니와 궁극적인 목표인 정치적 통합을 위태롭게 만들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때문에 현 동아프리카위원회(East Africa Commission)에서 동아프리카 경제통합당국(East African Economic Union Authority)으로의 정치적인 전환은 세심하게 관리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각국정상들은 동아프리카공동체 사무국이 이 역할을 담당한 전문기관을 설립하고 강화하기 위한 로드맵을 만들도록 하였으며, 전문가들은 동아프리카 통화당국(East Africa Monetary Authority)은 동아프리카 중앙은행(EA Central Bank)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동체 사무총장 리차드 세지베라(Richard Sezibera)는 통화연맹에 중요한 재정위원회를 강화할 것을 요구하면서, 각국의 재무장관들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재정위원회, 통화위원회와 긴밀하게 협력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요즘 유럽재정위기가 터지면서 유로통화연합도 위기를 맞고 있다. 통합 당시에 지역 내 국가 간 경제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탓에 핵심국은 환율 저평가로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지만, 주변국은 환율 고평가로 적자가 누적되는 불균형이 발생한 탓이라는 게 주된 의견이다. 동아프리카 단일통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유럽의 사례를 세심하게 연구하고 준비해야 한다. 이미 한차례 국가 간 경쟁력 차이로 와해를 경험한 바 있는 동아프리카 공동체는 관련기관들에게 충분히 권한이 이양될 수 있도록 합의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 그래야 중앙기관이 경제의 통제권을 잃지 않고 단일통화권을 운영할 수 있으며, 성장속도와 잠재력으로 인해 세계시장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1억 3000만 명의 동아프리카 시장경제를 튼튼하게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