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베르의 봄’ 발생 36주년과 알제리의 다문화 요구

   영국의 한 경제연구소 Economist Intelligence Unit(2016.4.28.)는 2015년 전 세계 국가의 민주주의 지표 순위를 발표하였다. 마그레브 지역에서는 튀니지가 57위를 차지하면서 가장 인권이 앞서 있는 나라로 발표되었다. 모로코가 102위, 알제리가 118위를 차지하여 알제리 내 인권 문제 등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알제리 정부는 오랫동안 이 문제에 대해 노력을 해 온 터라 이번 발표에 대해 수긍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알제리 베르베르어권에서는 이것이 현재 알제리가 처해 있는 현실임을 직시할 것을 요구하였다. 공교롭게도 이번 발표가 1980년 알제리 정부의 아랍화 정책에 맞서 카빌인이 들고일어난 ‘베르베르의 봄’(Berber Spring)과 같은 시점이라, 베르베르인은 알제리의 민주화와 소수어 문화 보호, 인권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였다. 특히 베르베르어의 공식어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알제리를 달구고 있다.

   2002년 베르베르어가 알제리의 국어(national language)로 인정되어 베르베르어 문화가 어느 정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하지만 나아진 것이라곤 그저 문화유산으로서 베르베르어의 존재를 인정할 뿐 실질적인 차원에서는 전혀 사용되지 않아 베르베르인의 불만이 쌓여 있었다. 2014년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4선 공약에도 미동도 하지 않던 공식어(official language) 공약이 올해 들어 알제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급기야 헌법 개정(3조 3항)을 통해 ‘알제리의 언어는 아랍어와 베르베르어이다’라고 선언하였고, 의회 통과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2016년 1월 헌법위원회 심의를 거쳐 개정될 것으로 기대된 이 안은 지금까지 통과되지 않고 있다. 베르베르어 장려 정책을 더 활성화시킬 것을 요구하는 베르베르인의 요구가 4월과 5월 ‘베르베르의 봄’을 추모하는 기간을 맞이하여 그 어느 때보다 거세게 일고 있는 이유이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불안한 자국 내의 현 상황, 그리고 테러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국경지대 문제까지 더해져 알제리를 비롯한 마그레브 베르베르인의 다문화 요구가 어떻게 전개될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