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의 흑인차별정책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김광수


   남아공에서는 높은 실업률과 빈부격차의 심화로 인해 흑인 정부에 대한 압박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부 선동적 정치인과 노조 지도자들은 급진적인 조치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흑인 정부는 정책 실패가 과거 아파르트헤이트의 잘못 때문이라고 항변해왔다. 하지만 지난 1994년 흑인 정부가 출범한 지 19년이 되는 시점에서 더는 현재의 문제를 백인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트레보 트레보 마누엘(Trevor Manuel) 장관이라 할 수 있다.

   2013년 4월 3일 국가기획위원회 장관 트레보 트레보 마누엘은 “정부는 더 이상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 흑인차별정책)를 탓해서는 안 된다”고 프리토리아에서 열린 정부 리더십 회의에서 지적했다. 즉 책임을 가져야 할 때라는 것이다. 트레보 마누엘은 정부가 지금까지는 경험이 없었다는 변명을 해왔지만, 이제 약 20년의 민주정치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그 변명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레보 마누엘은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frican National Congress : ANC)는 4번의 집권을 하고 있기 때문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그가 지적하고자 했던 것은 공무원과 정치인 사이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데 대한 경고였다. “거의 예외 없이 공무원과 우리 정치인들은 같은 행동주의의 배경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같은 정치 조직의 일원임에도 노동이라는 현실의 장에는 정치 조직이 아무런 실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주지해야 한다.” 라고 말한 데서 드러난다. 트레보 마누엘은 정치와 노동이 협력하여 실천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게 불가능한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정치인과 공무원 사이의 경계를 분명히 하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공공 정책이 튼튼하게 잘 수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트레보 마누엘 장관의 이러한 언급에 대해, 4월 11일 크리스 하니 전 공산당 당수 피살 20주년 기념식에서 자콥 주마(Jacob Zuma) 대통령은 반박을 했다. 즉 남아공에서 현재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아파르트헤이트 탓을 하면 안 된다는 주장을 말하는 것은 잘못 생각한 것이라는 것이다. 주마 대통령은 단지 20년 만에 변화가 완벽히 이루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름다운 곳 한 쪽과 무단 거주자들이 있는 다른 한 쪽의 두 도시가 한 나라에 존재한다고 말하면서, 이는 민주정치의 소산이 아니라고 했다. 아파르트헤이트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지금 현재에도 남아공에 엄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주마 대통령은 아파르트헤이트를 만든 사람들과 행동을 비난하고 탓하는 것을 멈출 순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주 트레보 마누엘의 언급은 반발을 일으켰고, 그는 전국교육보건의료연합 노동조합(National Education, Health and Allied Workers Union: Nehawu)으로부터 “부정직”하다는 비난을 들었다. 그리고 주마 대통령의 말이 나온 후 트레보 마누엘은 답변하지 않았다.

   4월 11일 주마 대통령의 언급 이후, 남아공공산당(SACP)의 사무총장 크로닌(Jeremy Cronin)은 트레보 마누엘 장관의 언급을 옹호했다. 크로닌은 트레보 마누엘의 언급이 기존의 맥락과 어긋나게 언론에서 와전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트레보 마누엘의 말은 공무원들이 업무를 함에 있어서 더욱 활동적으로 임하기를 촉구하는 의도였다는 것이다. F.W. 드 클레르크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도 12일 주마 대통령에 대해 현 정권의 실업과 교육 실패 등의 문제를 과거 아파르트헤이트의 탓으로 돌리지 말라고 말했다. 그와 같은 행동은 정부와 시민이 현실적인 해결책을 내야 할 시점에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는 것이며, 의도했든 안 했든 인종적 적개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4월 11일에 주마 대통령과 트레보 마누엘 장관의 의도를 정확히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두 입장 간 갈등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일을 단순히 의견 차이로 넘어가기보다는 시사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과거 백인정부의 흑인차별정책이 현재 흑인 정권으로 부드럽게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과정 속에서 남아공은 드 클레르크 전 대통령이 경고한 것처럼, 현실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참고: http://mg.co.za/article/2013-04-03-manuel-says-government-cant-blame-apartheid-anymore

http://www.iol.co.za/news/politics/manuel-was-ambushed-cronin-1.1498616

http://www.iol.co.za/capetimes/stop-blaming-apartheid-manuel-1.1495063

http://www.news24.com/SouthAfrica/News/FW-criticises-Zumas-apartheid-remarks-20130412

http://www.iol.co.za/news/politics/we-can-blame-apartheid-says-zuma-1.1498541

http://www.sowetanlive.co.za/news/2013/04/11/conflict-over-legacy-at-hani-memorial